엄마는 오늘, 너를 위해 절에 간다

엄마는 오늘, 너를 위해 절에 간다

 

 

오늘 나는 너를 위해 절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준비를 하려 하니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흔들렸다.
세월이 흐를수록 혼자 어디를 간다는 것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리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그래서일까.
홍대선원에 함께 가주겠다고 먼저 손을 내민 지인의 말이
오늘 따라 유난히 따뜻하게 들렸다.
“같이 가요. 혼자 가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잖아요.”
작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었다.

우리는 지하철역에서 만나 조용히 홍대 골목길을 걸었다.
젊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 속을 지나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천천히 걸었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속도로 걸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오늘 다시 알게 되었다.

 

선원에 도착해 향을 올릴 때,
나는 아이의 이름을 떠올렸고,
곁에 서 있는 지인의 존재가
마치 또 하나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절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부처님, 이 사람에게도 복을 내려주세요.
오늘 제가 이 길을 외롭지 않게 걸을 수 있게 해주신 분입니다.”

절을 반복할수록 무릎이 살짝 시큰해졌지만,
그 옆에서 같은 자세로 조용히 절하는 지인을 보며
나는 묵직한 감사의 마음을 삼켰다.
사람은 말로만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지인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늘 마음 좀 덜 무거워졌죠?”
그 말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이
그 작은 질문 속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부처님 앞에 올린 기도도 기도지만,
오늘 나를 위해 걸음을 내어준 그 마음 또한
부처님이 보내주신 인연 같은 감사였다.

딸을 위해 기도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사실은 내 자신도 위로받고 돌아오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위로의 한가운데에는
함께 가주겠다고 손 내밀어준
그 고마운 지인이 있었다.

어쩌면 삶은, 큰 도움보다도
이런 ‘함께 걸어주는 마음’으로
지탱되는 게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더 선명해진다.

오늘 나는 너를 위해 기도했고,
그 기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옆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준 인연에게도
마음 깊이 감사했다.

돌아오는 길의 바람이 유난히 부드럽게 느껴진 이유가 아마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홍대선원

 

https://blog.naver.com/s5ulmate/2240751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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