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대의 돌봄과 젠더 역할 변화 — ‘누가 누구를 돌보는가’의 새로운 시대
1. “돌봄”은 더 이상 여성의 몫이 아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돌봄’이라는 단어는 거의 자동적으로 ‘여성’을 떠올리게 했다.
자녀 양육, 노부모 부양, 가족 간의 정서적 보살핌은
당연히 아내나 어머니, 며느리의 역할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5060세대는 그 오래된 대본이 흔들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남성들도 부모의 요양을 책임지고,
여성들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며
“돌봄”과 “생산”의 경계가 뒤섞이는 세대 교차의 현장에 서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역할 분담의 문제를 넘어,
젠더 수행성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회적 전환이다.

2. 버틀러의 시선으로 본 ‘돌봄의 재해석’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는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반복하면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돌봄 역시, 여성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가 부여한 ‘연기된 역할’이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 ‘딸은 부모를 모셔야 한다’,
- ‘남자는 돈으로 효도하면 된다’
는 말들은 우리 세대가 익숙하게 수행해온 젠더의 대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성이 부모를 직접 돌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본다.
아버지가 손주를 봐주는 ‘할빠(할아버지+베이비시터)’의 시대,
남편이 아내의 병간호를 하며 식사와 청소를 맡는 일상,
이 모든 것이 젠더 역할의 수행이 새롭게 쓰이고 있는 현장이다.
3. 돌봄을 다시 정의한다 — “약함”이 아니라 “연결”의 힘
우리 세대에게 돌봄은 종종 ‘희생’이나 ‘의무’로 여겨졌다.
“참고 버텨야 하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버틀러식으로 말하면, 돌봄은 인간이 서로를 통해 존재함을 증명하는 수행(performance)이다.
돌봄은 약함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 역할이 성별로 구분되지 않을 때,
비로소 돌봄은 인간다운 행위, 사회적 연대의 언어가 된다.
이제는 누가 누구를 돌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돌볼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다.
4. 5060세대의 삶 속 젠더 전환의 장면들
돌봄의 현장에서 5060세대는 이미 새로운 연기를 시작했다.
- 은퇴 이후의 부부 역할 변화:
과거엔 남편이 ‘가장’으로서 외부에 있었지만,
지금은 함께 집안일을 나누고,
요리를 배우거나 손주를 돌보며 ‘돌보는 남성’의 이미지가 늘고 있다. - 돌봄의 연속성:
자녀를 키워내고 이제는 부모를 돌보며,
‘양방향 돌봄’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세대는
돌봄의 고리를 가장 깊이 경험하는 세대다. - 감정의 언어 변화:
“사랑한다”는 말을 어색해하던 아버지가
이제는 손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아내의 건강을 걱정하며 “괜찮아?”라고 묻는다.
돌봄은 이렇게 언어의 젠더 수행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낸다.
5. 돌봄의 젠더를 넘어, 인간의 존엄으로
버틀러의 철학은 젠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존재할 권리를 되찾게 하는 사상이다.
5060세대가 이 철학을 돌봄의 현실에 비춰보면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돌봄은 여자의 일이 아니라, 인간의 일이다.”
“가정을 지탱하는 건 역할이 아니라 마음이다.”
결국 돌봄의 젠더가 바뀐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6. 5060세대를 위한 질문
- 나는 돌봄을 ‘누군가의 의무’로만 여겨온 것은 아닌가?
- 내가 자라온 시대의 젠더 대본은 돌봄을 어떻게 가르쳤는가?
- 지금의 나에게 돌봄이란 무엇인가 — 의무, 사랑, 혹은 삶의 기술인가?
- 인생 2막에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돌보는 인간’이 되고 싶은가?
7. 돌봄의 품격, 관계의 회복
돌봄은 결국 인간다움의 표현이다.
5060세대는 그 긴 세월 동안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살아왔다.
이제는 ‘돌보는 존재’에서 ‘함께 돌봄을 나누는 존재’로 바뀔 때다.
젠더의 대본을 넘어서는 돌봄,
그것이 5060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남길 품격 있는 유산이다.
“남자라서 돌보는 게 어색했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인간이라서 돌보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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