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처럼 ‘예측하는 기계’를 꿈꾸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단순히 ‘더 빠른 계산’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를 향한 진화다.
초기의 AI는 데이터를 그대로 모방했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보지 않고, 본 것을 통해 다음을 예측한다.
아이는 컵이 테이블 끝으로 굴러가는 걸 보면,
그다음에 ‘떨어질 것’을 안다.
AI도 그런 “예측의 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흐름이 바로 JEPA, 그리고 그 확장형인 V-JEPA, D-JEPA다.

2. JEPA — 의미의 관계를 배우는 인공지능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는
프랑스의 AI 석학 얀 르쿤(Yann LeCun)이 제안한 새로운 학습 구조다.
기존의 AI가 픽셀 하나하나를 예측했다면,
JEPA는 데이터를 압축한 임베딩(embedding) — 즉 ‘의미의 요약본’ — 을 예측한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눈앞의 장면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의미적으로 추론하는 것과 비슷하다.
“JEPA는 세상을 복제하지 않고,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때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이미지 생성기’가 아니라
‘의미 추론자(semantic reasoner)’로 변모한다.
3. V-JEPA —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예측자
V-JEPA (Visual JEPA)는 JEPA를 시각 데이터, 즉 비디오 세계로 확장한 모델이다.
Meta AI 연구팀은 1백만 시간 이상의 인터넷 영상과
소량의 로봇 상호작용 데이터를 학습시켜,
AI가 “세상을 관찰하고 예측하며, 물리 세계 속에서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했다.
이 모델은 단순히 “다음 프레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장면과 미래 장면의 관계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 컵이 흔들리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 손이 앞으로 가면 물체를 잡으려 한다는 것을, AI는 수많은 관찰 속에서 스스로 학습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모방하는 단계다.
“보는 것(vision)”이 “예측하는 것(prediction)”으로 확장될 때,
AI는 비로소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4. D-JEPA — 노이즈 속에서 의미를 복원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영상엔 노이즈가 있고, 정보는 손상된다.
인간의 지각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진실을 복원한다.
이 철학을 기술로 구현한 것이 D-JEPA (Denoising JEPA)다.
D-JEPA는 JEPA의 예측 구조에
확산(diffusion) 모델을 결합해 만든 형태로,
‘잡음을 제거하며(denoising)’
데이터를 더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복원한다.
또한 Flow-Matching Loss를 이용해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고 흘러가는가”를 함께 학습한다.
즉, 결과뿐 아니라 변화의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예측한다.
“D-JEPA는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내는 지능이다.”
그것은 마치 인간의 기억이
흐릿해진 장면 속에서도 진실을 복원하려는 과정과 닮아 있다.
5. 예측하는 지능의 철학적 의미
이 세 모델의 진화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를 모방하려는 철학적 여정이다.
AI가 점점 인간의 사고방식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결국 ‘의미를 예측하는 지능’을 향한 진화라 할 수 있다.
6. 인간을 닮아가는 기술, 그러나 인간을 넘어서는 철학
AI가 예측을 잘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의 지혜를 대신할 수는 없다.
AI의 ‘예측’은 확률이고,
인간의 ‘예측’은 관계와 윤리의 감각이다.
예측하는 지능의 목적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AI가 세상을 예측할수록,
인간은 더 깊이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7. “예측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리고 AI”
JEPA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AI가 세상을 보는 법, 예측하는 법, 복원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나 결국,
이 이야기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예측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듯,
AI 또한 인간의 눈으로 세계를 배우고 있다.
그 길의 끝에서,
인간과 AI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의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AI는 예측을 통해 배우고,
인간은 그 예측을 통해 다시 자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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