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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비투스/문화의오후11

[시] 네일아트 뒤에 숨은 ‘일하는 손’의 숭고함 1. 손무덤: 잘려 나간 것은 손가락인가, 존엄인가 2026년 1984년 노동의 새벽 박노해의 '손무덤'이라는 시를 읽었다. 박노해 손 무 덤 올 어린이날만은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공장장님 로얄살롱도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한참 피를 흘린 후에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36년 한 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비닐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차마 손만은 꺼내 주질 못하였다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앉아 쇠주병을 비.. 2026. 2. 17.
[갤러리16] 동시대 예술과 마주하다: 찰나의 황홀과 영원한 울림 여행은 두 번 시작된다. 한 번은 함께하면서.. 한 번은 여행이 끝나고 나서~ 아름다운 노후란 단순히 편안한 안식을 넘어,인간 정신의 가장 뜨거운 결정체인 예술작품과 조우하며 끊임없이 '나'를 확장하는 과정이다.인천 인스파이어에서 마주한 예술가 거장의 작품은 나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전율과 성찰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1. 데미안 허스트의 : 죽음 앞에 선 찬란한 생명데미안 허스트의 페가수스 형상, 앞에 섰을 때의 그 황홀함을 잊을 수 없다. 신화 속 존재의 몸을 절개하여 그 안의 황금빛 근육과 뼈를 가감 없이 드러낸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순간의 필멸성'을 말한다. 갱년기라는 예기치 못한 신체의 변화를 겪으며 '정신과 신체의 분리'를 절감했던 나에게, 이 황금빛 전설은 "고.. 2026. 2. 14.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 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오늘 저녁 밥은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한강의 시가 나를 책상으로 이끌었다. 2026. 2. 5.
[시]윤동주의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 2026. 2. 5.
취향이 고급진 사람이 되는 법 취향이 고급진 사람이 되는 법비트겐 슈타인의 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것을 선호해서 손에 넣고자주 먹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것을 집중해서 응시하고 또 무엇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결국 그 자신을 표현한다 오늘의 필사 취향이 고급진 사람이 있다과소비를 하거나 비싼 취미를 가졌다는 게 아니다시각과 태도가 고급진 사람들은부정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않는다가장 나쁜 언어 습관은가능성을 삭제한 말을 하는 것이다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보면수준 높은 것들이 보인다늘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라내 삶을 아름답게 해 줄 것들에게더 자주 마음을 허락하며 살자 2025.12.13 언어수준이 높아지면 자제력이 생긴다모르면 분노하게.. 2025. 12. 13.
엄마는 오늘, 너를 위해 절에 간다 엄마는 오늘, 너를 위해 절에 간다 오늘 나는 너를 위해 절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막상 준비를 하려 하니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흔들렸다.세월이 흐를수록 혼자 어디를 간다는 것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다.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리는 나이가 되었으니까.그래서일까.홍대선원에 함께 가주겠다고 먼저 손을 내민 지인의 말이오늘 따라 유난히 따뜻하게 들렸다.“같이 가요. 혼자 가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잖아요.”작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었다.우리는 지하철역에서 만나 조용히 홍대 골목길을 걸었다.젊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 속을 지나면서도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천천히 걸었다.나이가 들수록 ‘같은 속도로 걸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얼마나 큰 위안인지오늘 다시 알게 되었다.. 2025.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