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들어 버려야 할 환상들
— 노라 에프런의 시선으로 본 ‘작은 감사의 미학’
1. 나이 들면 책만 읽으며 살 줄 알았다
젊었을 때 나는 그런 상상을 했다.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되면, 하루 종일 책만 읽으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창가에 앉아 차 한 잔 옆에 두고,
세상 모든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리라.
그래서 나는 나이듦을 은근히 기다렸다.
이 바쁜 시절이 지나면,
마침내 ‘나만의 시간’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그때가 오니 세상은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눈은 예전처럼 글자를 잡아주지 않고,
조용히 읽던 시간에는 이상하게
스마트폰 알림음이 끼어든다.
책보다 빠른 콘텐츠가 넘쳐나고,
영상이 책의 상상력을 대신한다.
나는 더 이상 ‘책 속의 세계’에만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읽는 대신 듣고, 보고, 스크롤을 넘긴다.
지식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집중력은 어쩐지 작고 산만한 파편이 되었다.
2. 시간을 얻었지만, 에너지는 줄어든다
젊은 날엔 ‘시간이 없다’고 불평했다.
이제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에너지가 없다.
'노라 에프런'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든다는 건, 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에너지가 줄어드는 일이다.”
예전에는 책 한 권을 하루 만에 읽었는데,
이제는 한 챕터를 읽다 잠시 눈을 감는다.
책의 줄거리를 잊기도 하고,
다시 읽으면 또 새롭다.
그래서 나는 요즘 책을 읽는다기보다 만진다.
책장을 넘기는 감촉, 종이 냄새,
글자가 만들어내는 여운 —
그 자체가 삶의 속도와 닮아 있다.
3. 완벽한 삶의 환상을 버릴 때
젊은 시절, 나는 나이 들면 평온해질 거라 믿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인생은 차분히 흘러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의 액티브 시니어로서는 여전히 시끄럽다.
몸은 이곳저곳이 말썽이고,
생각은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
세상은 조용해지지 않고,
내 마음속만 더 복잡해진다.
노라 에프런은 말했다.
“노년이 평온할 거라는 건 환상이다.
단지 시끄러움의 형태가 바뀔 뿐이다.”
젊을 때는 세상과 싸웠고,
이제는 내 몸과 타협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여전히 웃을 이유를 찾는다.
4. 읽지 못해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나는 여전히 책을 사랑한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빨리 읽을 수 없고,
때로는 한 문장만 읽고도 마음이 멈춘다.
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아직 읽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아직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이 ‘그래도’라는 단어가 지금 내 인생의 중심이다.
친구들과의 연락은 점점 멀어지고
몸의 여기저기가 불편해질 때에도
여전히 누군가 나를 불러주는 일,
아직 내게 주어진 하루가 있다는 일.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5. 나이 들어 배운 진짜 미학
이제 나는 안다.
'늙음의 미학'이란 더 많이 가지는 데 있지 않다.
충분함을 알아차리는 순간에 있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걸 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한 문장, 한 컵의 차, 한 번의 웃음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마음 —
그것이 나이듦이 가르쳐 준 가장 큰 지혜다.
“젊을 땐 끝까지 읽는 법을 배웠지만,
나이 들어선 멈출 줄 아는 법을 배웠다.”
나이든다는 건,
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을 다르게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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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 노라 에프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자 작가, 연출가인 노라 에프런이 독특한 유머 감각과 노골적이리만큼 솔직한 태도, 세련된 감성으로 무장한 에세이를 냈다. 신문사에서 여성은 기자가 아닌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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