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미학 ― 아름답게 떠나는 법
이어령 선생은 “외로움은 치유해야 할 병이 아니라, 자신을 완성해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마지막수업』 90쪽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섭섭했지 강의실 인기는 대단했어. 단연코 월등했지.
난 배 곪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아 했으니까 .
그러나 그것과는 달랐어. 내 강의에 영감받고 내 글을 사랑해줬지만,
스승의 날 나에게 꽃을 들고 찾아오고 싶다는
친밀감을 못 주었던 모양이야 .
그건 뭐랄까.....".
"그래서 외로웠네."
"그래서 외로웠네."
이 외로움 속에서도 수십 년씩 변함없이 관계를 맺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도 다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일 거야.”
이 문장은 나이듦의 정수를 보여준다.
외로움은 단절이 아니라 깨어남이다.
모든 관계와 소리가 잦아들고 난 뒤, 비로소 가면 없이 ‘나’를 만나는 시간.
이어령 선생은 그 고요 속에서 ‘죽음조차도 하나의 미학’임을 깨달았다.
나이든다는 것은 결국 아름답게 죽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1. 잃음의 두려움, 놓음의 아름다움
“한 존재에게 의지하면 더 두려워진다.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쩌나.”
그의 고백은 약함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다.
모든 사랑에는 상실의 씨앗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덧없음을 아는 순간, 우리는 현재의 생을 더 뜨겁게 품게 된다.
동양에서 말하는 죽음의 미학은 슬픔이 아니라 비움에서 시작된다.
가을의 잎이 바람에 몸을 맡기듯,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완성이다.
삶이라는 그림의 마지막 붓질이자, 가장 고요한 마침표이다.
2. 외로움이 우리를 잇는다
관계를 맺고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외롭다.
그러나 그 외로움은 서로를 향한 다리가 된다.
누군가의 슬픔을 이해하고, 누군가의 침묵 곁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나 또한 같은 고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그렇게 우리를 연결한다.
누군가의 부재가 또 다른 존재의 깨달음이 되고,
고독이 공감으로 번질 때, 인간은 비로소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진다.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찾아오는 것” ― 그것이야말로 존재의 가장 인간적인 형태다.
3. 죽음의 미학은 인생의 마지막 수업이다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배움의 완성이다.
겸손을 가르치고, 단순함을 남기며, 남은 이들을 향한 온기를 일깨운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곧 삶을 정화하는 일이다.
이어령 선생은 말년에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고독을 빛으로 바꾸었고, 이별의 두려움을 고요한 품격으로 승화시켰다.
삶의 마지막 장을 ‘끝’이 아닌 ‘예술’로 만든 사람.
그가 말한 ‘미학’은 바로 그런 생의 태도였다.
4. “엄마, 나 두고 죽으면 안 돼요”
마지막수업 p296에서
이어령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적 엄마와 애착이 심해지면 치맛자락 붙잡고 그러잖아"
“엄마, 나 두고 죽으면 안 돼.”
" 엄마 안죽어 너 두고 절대 안죽어
그러면 마음이 풀리고 안심이 되지.
그러면 그 순간 죽음이란 없는거야 우리가 죽음을 이기는 거라네"
이 짧은 대화 속에 인간 존재의 본질이 담겨 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를 바꿀 뿐이다.
만짐에서 기억으로, 목소리에서 빛으로, 생에서 영혼으로.
죽음은 그렇게 또 다른 ‘아름다움’이 된다.
이어령 선생이 말한 ‘미학’이란,
죽음마저도 삶의 연속선 위에 올려놓는 예술이었다.
두려움 대신 품위를, 슬픔 대신 고요를 남기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의 미학,
그리고 인간이 배워야 할 마지막 수업이다.



'골든아비투스 > BOOK_RO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옥선의 산문집 '즐거운 어른' (0) | 2025.11.05 |
|---|---|
| 마사누스바움_지혜롭게나이든다는것 (0) | 2025.11.05 |
| 나이 들어 버려야 할 환상들 (1) | 2025.11.04 |
| 2026년 트렌드 키워드 10가지 (0) | 2025.11.03 |
| 2023년 노벨문학상 '아침그리고저녁' (0) | 2025.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