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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비투스/BOOK_ROAD

마사누스바움_지혜롭게나이든다는것

by rba_jin 2025. 11. 5.

리어왕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1. 나이듦은 ‘통제권을 상실할 준비’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Preparing to Lose Control: What We Will Learn from King Lear』에서 이렇게 쓴다.

“삶의 진정한 성숙은, 우리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늙어가며 권력을 나누지만,
정작 자신은 여전히 ‘통제의 욕망’을 놓지 못한다.
그 결과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비로소 사랑의 진실과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다.

누스바움은 말한다.

“노년의 지혜란, 상실과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는 감정적 능력이다.”
이 문장은 이어령의  — “비워야 자유로워진다” — 와 깊이 이어진다.

 

젊음이 ‘통제하려는 시간’이었다면,
노년은 ‘통제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이때 비로소 인간은 존엄한 자유에 이른다.

2. 완벽함을 놓을 때, 우리는 진짜 인간이 된다

누스바움은 인간을 “부서질 수밖에 없는 존재(vulnerable being)”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감정과 불완전함을 인간의 중심적 덕목으로 본다.

“우리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이어령의 ‘여백의 미학’도 같은 말을 전한다.
완벽하게 채워진 삶에는 더 이상 새로운 빛이 들어올 틈이 없다.
비워야 한다.
여백이 있어야 생은 다시 숨 쉬고, 관계는 다시 이어진다.

나이듦의 미학은 완벽함을 쫓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품는 용기에서 피어난다.
그 용기가 곧 자유다.

 

3. 통제를 내려놓는다는 것, 곧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누스바움은

“사랑이란, 타인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그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감정적 행위”라고 말한다.

 

리어왕은 사랑을 ‘통제’하려다 실패했고,
죽음 앞에서야 ‘진짜 사랑’을 이해했다.

이어령 또한 비슷한 말을 남겼다.

“사람을 붙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진다.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관계를 맺는다.”

 

두 사상가 모두 놓음과 사랑의 관계를 꿰뚫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사랑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용기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통제력의 상실’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배운다.

4. 삶의 자유, 그 품격 있는 불안정성

나이듦은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정의 재발견이다.
몸은 약해지고, 기억은 흐려지고, 사회적 역할은 줄어든다.
그러나 그 상실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깊은 자유’가 있다.

누스바움은 말한다.

“우리는 삶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그것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 말은 이어령의 철학과 닮았다.
비워야 한다.
삶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는 존재로서 살아가야 한다.
그 흘러감 속에 인간의 품격이 있다.

5. 통제를 잃는 연습, 품격 있는 나이듦의 기술

이제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단순히 ‘쇠퇴’가 아니라
‘통제를 잃는 예술’임을 안다.
누스바움은 그것을 emotional intelligence,
이어령은 그것을 비움의 미학이라 불렀다.

결국 둘 다 같은 말을 한다.

“삶을 품격 있게 마무리하려면,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손을 천천히 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 손을 놓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 자유는 두려움이 아니라 평온이며,
통제의 상실이 아니라, 존재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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