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 4부작』 심층 분석: 니노, 여성의 욕망, 그리고 아비투스의 딜레마
1. 니노: 신이 사랑한 남자의 의미와 작가의 페르소나
"니노는 신이 사랑한 남자일까?"라는 질문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그는 지적 매력, 언술 능력, 사회적 성공까지 모든 것을 가졌다. 마치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사랑을 위하여의 '해골에 박힌 다이아몬드'처럼, 니노의 화려함 속에는 탐욕과 이기심이라는 냉혹한 본질이 숨어 있다.
- 니노가 화자였다면: 만약 소설이 니노의 시점에서 전개되었다면, 그는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운명'이나 '천재성' 또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미화했을 것이다. 그의 화려한 지적 언술은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덮는 포장지가 되어, 독자들은 그의 행위가 낳은 레나와 릴라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 페란테가 니노에게 '언술 능력'을 준 것은, 그가 시대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의 서사(Narrative)를 상징하며, 레나의 시선을 통해 그 서사를 비판적으로 해체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 작가의 의도와 니노의 노후: 작가가 니노의 노후까지 국회의원이라는 최고의 지위로 보장해 준 것은, 작가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시대를 향한 통렬한 비판으로 해석한다. 즉, 능력과 매력만 있다면 사생활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공이 보장되는 가부장적 사회 시스템 자체를 상징화한 것이다.
2. 여성의 성적 주체성과 아비투스의 딜레마
『나폴리 4부작』의 성적 묘사는 여성 독자에게 민망함과 동시에 강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작가 페란테가 여성의 성적인 욕망을 '감춰야 할 진실'이 아닌, 인간의 본능이자 주체성의 근원으로 민감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 레나와 릴라의 대비:
- 레나: "본능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산다"는 평가는 레나가 성적인 욕망을 자신의 지적 성취만큼이나 중요한 주체적 욕구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철학자 '라캉'이 '히스테리'를 질병이 아닌 주체화의 방황으로 받아들인 것과 유사하다. 그녀의 솔직한 언어는 문학적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 릴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릴라, 겉보기엔 강하지만 사회적 규범 속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다수의 여성상을 대변한다.
- 본능과 아비투스의 충돌: "여성은 본능에 너무 솔직하면 고급 아비투스로 도약하지 못한다"는 통찰이 이 소설의 핵심 비극 중 하나이다. 상류층 사회(아비투스)는 겉으로 드러난 품위와 절제를 요구하며, 레나의 과거 사생활이나 '본능적인' 행동은 그들의 허물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상류층에게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레나의 정치적 발언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적인 자유를 누리는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는 여전히 도덕적 순결이 사회적 지위 획득의 보이지 않는 조건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3. 성공과 자녀: 위치를 단단하게 하는 최후의 보루
주인공들의 삶은 성공한 인물들에게 자녀가 갖는 의미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 남녀 차별적 조건: 레나에게 '신분 상승을 위한 사회적 위치'에서 과거는 중요했지만, 니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고가 되었을 때 자식은 위치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는 명제는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여성에게는 더욱 잔인하게 작용된다.
- 자녀의 사회적 자본화: 레나는 자신의 소설과 지적 성취로 최고가 되려 했지만, 결국 자녀는 그녀의 성공을 완성하고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되었다. 자식의 성공적인 삶과 안정된 배경은 부모의 과거 논란을 덮고, 그들의 위치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주는 가장 강력하고 비판 불가능한 사회적 자본이 된다.
- 나폴리사회의 잔혹한 순환고리: 주인공 모두가 개인의 성공이 아닌 가족과 계층의 성공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비극을 드러낸다.
'니노'의 머리속을 들어가 보면 어떨까? 니노는 데미안허스트의해골을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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