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비투스, 인간의품격은 루틴에서 시작한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곧 당신이다.”
아비투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만드는 것
인간은 스스로를 자유로운 존재라 믿는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이 믿음에 의문을 던진다.
그는 우리가 자유로운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행위들이 사실은 ‘아비투스(habitus)’,
즉 사회적 환경이 몸과 마음 깊숙이 새겨놓은 습성의 결과라고 말한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아비투스’
아비투스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언어를 쓰며, 어떤 공간을 편안하다고 느끼는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만들어낸 ‘체화된 문화’다.
그 속에서 인간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말하자면, 아비투스는 사회가 우리 안에 새긴 지문과 같다.
불편하지만 흥미로운 개념
이 개념이 불편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스스로 만든다고 믿어온 ‘취향’이나 ‘성격’이 사실은 사회가 우리에게 각인시킨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자각 때문이다.
부르디외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그 밖의 집단을 구별 짓는다고 말했다.
그 구별은 때로는 옷차림이나 언어, 때로는 예술 취향이나 식습관의 형태로 나타난다.
상류층은 세련됨과 품격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경계를 세우고,
그 경계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그렇기에 ‘아비투스’는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을 가장 섬세하게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개념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동시에 무척 흥미롭다.
2030년, 모두가 ‘소확행’을 외치며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에도
부르디외의 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겉으로는 단순함을 말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성공과 상승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아비투스는 바로 그 욕망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한다.
‘도리스메르틴’은 아비투스에서 인간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짓는 요소로 일곱 가지 자본(capital)을 제시한다.
-심리적 자본 – 상상력과 통찰, 회복력
-문화적 자본 – 세련된 취향과 예술적 감수성
-지적 자본 – 전문지식과 사고의 깊이
-경제적 자본 – 물질적 부와 재산
-신체적 자본 – 건강과 외적 이미지
-언어적 자본 – 품격 있고 정제된 언어
-사회적 자본 – 인간관계와 네트워크
우리는 흔히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부르디외는 ‘균형’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돈만 많다고 해서 품격이 생기지 않으며,언어가 거칠면 지식도 빛을 잃는다.
경제적 부가 인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부를 감싸는 교양과 언어, 관계의 결이 인간을 완성시킨다.
언어는 계급의 가장 섬세한 신호
‘도리스메르틴’은 특히 언어를 중요한 지표로 보았다.
그는 “어휘는 화자의 가치를 높이기도, 낮추기도 한다”고 했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어떤 세계에 속해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회적 기호다.
‘말을 고른다’는 행위는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검열하는 행위다.
그녀가 말한 ‘검열된 언어(censored language)’는 대중의 일상어와 상류층의 고급어가 교묘히 섞인 말의 층위를 뜻한다.
언어는 계급을 재생산하는 도구이며, 말의 결 하나하나가 사회적 경계를 그어 나간다.
그래서 부르디외에게 언어는 인간의 사회적 존재를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장이었다.
관계가 운명을 바꾼다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곧 당신이다.”
지금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여전히 같은 사람들, 같은 환경 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공간에 머물며, 다른 언어와 시선을 배우는 순간 우리의 아비투스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 변화는 느리고 미세하지만, 결국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나를 만든 세계를 자각한다는 것아비투스는 결국 ‘나를 만든 세계’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가 세상을 구별짓는 만큼, 세상도 우리를 구별짓는다.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나의 취향, 말투, 관계, 사고방식—그 모든 것이 사회의 산물임을 인정하는 일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향한 출발점이다.
인간의 품격은 결코 사회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그 구조를 인식하고, 자신을 형성한 힘을 이해할 때우리는 더 이상 그 힘에 휘둘리지 않는다.
아비투스는 결국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이 세상을 만든다고 믿지만, 사실 세상이 당신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아비투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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