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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비투스/BOOK_ROAD

이옥선의 산문집 '즐거운 어른'

by rba_jin 2025. 11. 5.

🕰 불편함을 견디는 힘의 약화

이옥선의 산문집 '즐거운 어른' 

p.196~198의 그 대목이 웃음이 난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는 뜻이다”로 시작하는 글은,

나이듦을 슬프게도, 그러나 따뜻하게도 바라보는 통찰의 결정체다.

 

‘나이 든다’는 것을 단순히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의 쇠퇴로 정의한다.
과거에는 감수할 수 있었던 불편함 — 꽉 끼는 구두, 몸매를 잡아주는 속옷 — 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는 “여자임을 포기한 신발”이라 불리는 굽 없는 신발을 신게 되고, 숨 막히는 보정속옷을 거부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사회가 부여한 ‘여성성의 갑옷’을 벗어던지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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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의 변화와 노년의 유머

그녀는 덧붙인다.
“백내장 수술도 하고 임플란트도 몇 개 해야 ‘할머니’라 부를 수 있다.”
즉, ‘진짜 할머니’가 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수리와 통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 사이사이 흘러나오는 콧물, 식사 후에 남는 이물감, ‘츠으으으으’ 하고 나오는 치간소리까지 — 이 모든 것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삶의 리얼리티다.
그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담담한 유머로 묘사한다.

그 유머는 슬픔을 달래주는 어른의 품격이기도 하다.

 

💇‍♀️ “아무도 너의 머리 모양에 관심 없다”

친구에게 머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도 재밌다.

친구 왈
“머리를 올리든 내리든, 아무도 신경 안 써.”
이 말은 허무하지만, 동시에 해방의 말이다.
젊을 때는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지만, 나이 들면 깨닫는다.
세상은 사실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 깨달음은 ‘무관심’이 아니라 ‘자기 수용’의 다른 이름이다.

 

나이 듦은 점점 투명해지는 자기 자신을 견디는 일이다.
그러나 그 투명함 속에서 드러나는 진짜 인간의 얼굴 —
그것이 바로, 『해피 어덜팅』이 말하는 ‘행복한 어른’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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