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불운을 넘어서는 ‘끝과 시작’: 20년 전의 나에게 답하다.
폴란드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는 그의 시집 『끝과 시작』에서 모든 시작은 결국 무언가의 끝 다음에 오는 것이라 노래했다.
오늘 나는 21세기의 한복판에서, 20세기의 마지막 문턱에 적어 내려갔던 20년 전의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1. 40세의 다짐, 50세의 증명
일기장 속의 나는 서른 무렵의 서툰 글씨로 이렇게 적어두었다.
"남편 덕에 먹고사는 사람이 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자."
어느덧 50을 넘긴 2026년의 오늘, 나에게 묻다.
"나는 충분히 내 힘으로 살고 있는가?"
현장에서는 사회복지 슈퍼바이저로서, 강단에서는 교수로서 치열하게 관계를 맺고 사회를 바라보는 통로를 만들어왔으니,
그 시절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업은 단순한 생계수단을 넘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정직한 '성분 라벨링'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2. 유 진이가 가르쳐준 ‘위대한 선택’
지난 스승의 날, 발달장애라는 편견의 벽을 허물고 바리스타가 된 유진이가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찾아왔었다.
아르바이트로 번 소중한 돈 5만 원을 후원금 봉투에 담아, 예쁜 글씨로 쓴 편지와 함께 건네던 그 작은 손을 잊을 수 없다.
- 자신의 힘: 유진이를 맑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위대한 헌신도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일어서기로 결정한 유진이 자신의 힘이었다.
- 선택 이론의 실천: 윌리엄 글래서의 말처럼, 모든 행동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다. 유진이는 '장애'라는 외부 통제에 굴복하지 않고, '공헌'이라는 내부 통제를 선택해 자신의 삶을 럭셔리하게 조각해냈다.
3.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는 주문
살다 보면 "나는 왜 이리 불운할까" 싶은 억울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심보르스카의 시 구절처럼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나는 불운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걸 잘 이겨내면 행운이 올 거야'라고 생각하라."
유진이가 건넨 감동은 내가 견뎌온 힘든 시간들이 복이 되어 날아온 선물 같다. 아들러가 말한 '공동체 감각'이 한 청년의 자립과 나눔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교수로서 또 슈퍼바이저로서 느꼈던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20년 전의 일기가 오늘의 나를 다독이듯, 오늘 내가 내뱉은 긍정의 확언은 20년 후의 나에게 또 다른 행운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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