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부장제의 폭력 ―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사회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여주인공 영혜의 ‘채식 선언’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의 몸과 욕망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가부장제는 여성을 순응과 복종의 틀 안에 가두는 사회적 구조로 나타난다.

(1) 남편 의 시선
영혜의 남편 은 아내를 자신의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본다. 그는 영혜의 채식이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며, 모두를불편하게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문제를 일으킬 여자가 아니었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이 장면은 여성이 자기 의사를 표현할 때조차 남성의 시선으로 ‘통제’되고, 그 자유가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가부장적 권력의 구조를 상징한다.
(2) 아버지의 폭력
가족 모임에서 영혜의 아버지는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한다. 이에 맞서 영혜는 스스로를 베어버리며 저항한다.
이 장면은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최후의 거부다. 아버지는 ‘가정의 질서’라는 이름으로 딸의 몸을 침범하고, 영혜는 자기 몸을 상하게 함으로써 그 폭력적 질서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한다.
그녀의 침묵은 두려움이 아니라, 폭력의 언어에 대한 거부다.
2. 생태여성주의 ―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
생태여성주의는 여성과 자연이 동일한 방식으로 억압받아 왔음을 지적한다. 『채식주의자』는 여성의 해방을 자연과의 연대 속에서 찾는다.
(1) 채식의 의미 ― 폭력의 거부
영혜의 채식은 단순한 식습관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살생과 폭력의 순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윤리적 선택이다.
그녀는 꿈속에서 도살 장면을 보고, 그 이후로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다.
“내 안에 피 냄새가 가득 차 있어요.”
영혜의 채식은 타자에 대한 연민, 그리고 폭력에 대한 근원적 반항이다.

(2) 식물이 되기를 꿈꾸는 여인
소설 후반부에서 영혜는 “식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햇빛만 있으면 돼요.”
이 말은 인간 중심의 위계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생태적 해방의 상징이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의 욕망을 따르지 않고, 비폭력과 순환의 존재로 자신을 새롭게 정의한다.
4. 결론 ― ‘미친 여자’가 아닌, ‘해방된 존재’
영혜는 사회의 눈에 ‘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로 보이지만, 그녀의 변신은 폭력적 세계에 대한 가장 순수한 거부이다.
그녀는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지배를 버리고, 햇빛과 물, 바람과 같은 순환의 존재로 재탄생한다.
한강은 영혜를 통해 묻는다.
“진정으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채식주의자』는 여성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묻는 생태적 윤리의 선언문이다.
가부장제의 폭력에서 벗어나, 생명과 평화의 언어로 돌아가는 인간 존재의 재탄생 서사로 읽을 수 있다.
'골든아비투스 > BOOK_RO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간은 누구나 '좋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0) | 2025.11.12 |
|---|---|
| 🌿 자연으로 돌아가면 여성은 더 자유로워질까 (0) | 2025.11.11 |
| “좋은 사람으로 늙는 일은 가능한가?” (0) | 2025.11.09 |
| 그녀를 지키다-여성의 주체성과 시대의 한계 (0) | 2025.11.09 |
|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으로 본 5060의 삶 (0) | 202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