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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은평한옥마을 청류 평양냉면먹고,성북동'길상사' 백석 찍고 인왕산초소카페에가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 2026. 9. 23.
흰바람벽이있어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 2026. 9. 23.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032 박준(1983~)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이 세상 누군가에게 힘들.. 2026.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