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032 박준(1983~)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
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
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
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
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내리음이 이 세상 누군가에게 힘들 때 지어먹을 보약같은 이름이 된다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이세상에서 만나는 만남 또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시는 힘이 강하다
학창시절 경희대 국문학과 출신 '문교진' 샘이 생각났다
박준 시인은 뛰어난 감성을 지닌 것 같다
시집 제목만 봐도...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밥이 아니라 약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약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최근 약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 나의 우울증을 조금 치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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