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든아비투스/BOOK_ROAD

[에세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내 안의 방문을 여는 ‘정의’에 대하여

by rba_jin 2026. 3. 2.

[에세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내 안의 방문을 여는 ‘정의’에 대하여

바야흐로 '독서의 시대'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한국 독서의 힘은 더욱 뜨거워졌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침묵 카페'나 동네 서점을 찾아 자신만의 사유를 즐기곤 한다. 나 역시 5년 차를 맞이한 독서 모임 '마독(마포독서)'과 함께 매월 두 번, 화요일마다 책이라는 거울에 비친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에 대한 기억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울림은 잊고 있었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사소한 순간에 깃든 '정의'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wJly1pym8

 

1. 성실함이라는 이름의 예의: 북클럽 ‘마독’의 성장

나는 독서 모임에서만큼은 무조건적인 '성실파'다. 계획적인 독서가는 아닐지라도, 토론이 있다면 무조건 완독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나만의 원칙이다.

우리 '마독'은 마포의 유명한 '개똥이네 책놀이터'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며, 때로는 온라인으로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사소한 스케줄 조정으로 소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배려하며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완독하지 못해도 원하는 부분만 읽고 참여하는 유연한 문화, 때로는 '윤독'을 통해 텍스트의 결을 함께 느끼는 시간들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다.

2. 끓어오르는 정의로움: 빌 펄롱의 선택과 ‘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원 앞에서 먹는 붕어빵은 맛도 정의롭다"고 했던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으며 내 안에서도 그 '정의로움'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 양심의 무게: 주인공 빌 펄롱이 안락한 일상을 뒤로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모습은, 복지 현장에서 '인간 중심'을 외치는 나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 역사의 아픔: 아일랜드의 역사를 공부하며 우리와 닮은 아픔을 발견하고, 정조 시대와 산업혁명 시대를 넘나드는 고전의 향연 속에서 지성의 럭셔리를 누렸다.
  • 사소함의 가치: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속이 빈 자루는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 사람 또한 안이 꽉 차야 비로소 인간다운 품격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역사 연대기

3. 사라진 책들과 다시 찾은 ‘인간에 대한 예의’

한때 '정리의 신' 열풍에 휩쓸려  내 닉네임인 '파도'의 쓰나미가 되어 소중한 책들을 떠나보낸 적이 있다. 공지영 작가의 『인간에 대한 예의』도 그때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책은 사라져도 문장은 남아 있다.

"오랜 감옥생활로 스스로 안에서 방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 사람."

 

현실의 안락함 속에 숨어 사회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어린 시절 남녀 차별 없이 공부하게 해주신 어머니, 그리고 여전히 가부장적 사회에서 희생당하는 여성들...

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것이 내가 지켜야 할 '예의'임을 깨닫는다.

마치는 글: 두 번 읽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번역가 홍한별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란 책을 "두 번 읽으면 얼핏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한 번 지나칠 때는 보이지 않던 이웃의 고통, 무심코 지나친 불의, 그리고 내 안의 진심은 두 번 세 번 성찰할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사소한 것에서 정의를 찾는 이 여정이, 무기력과 싸워온 내 50대 인생에 가장 버라이어티하고 따뜻한 선물이 되었다.

 

<명 언>

 

" “경험과 역사가 가르치는 바는 국가와 정부는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역사로부터 도출 가능한 교훈에 따라 행동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헤겔(1770~1831)

“What experience and history teach is that nations and governments have never learned anything from history and have never acted in accordance with the lessons that could have been drawn from it.”

 

각 시대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얽혀 있고, 매우 특이한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행동은 그 자체와 관련된 고려 사항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 중대한 사건의 압력 속에서 일반적인 원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유사한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