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할머니와 고봉밥
어린 날 외갓집 마당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노각무침 한 접시에
하얀 고봉밥을 내오셨습니다.
그릇 위로 꾹꾹 눌러 담아
동그랗게 솟아오른 밥줄기엔
손주 사랑하는 마음이 찰랑였습니다.
한평생 눈물이 많으셔서
자신의 오줌으로 눈을 씻어내며
쪽진 머리 곧게 빗어 넘기던 고단한 세월.
외삼촌 따라 서울로 가시던 날
할머니 마음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하수 깊이 파서 길어 올린 그 맑은 수도,
숲속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던 그 마당을 두고.
산골 물소리 뒤로하고 떠나온 길이
할머니에겐 못내 한이 되었나 봅니다.
만약 그 숲속 마당에 그대로 계셨다면
지금도 고봉밥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셨을까.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던
그 찬란한 계곡물처럼
그리움이 자꾸만 마당 끝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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