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9 [창작시4]외할머니와 고봉밥 외할머니와 고봉밥어린 날 외갓집 마당에 들어서면할머니는 노각무침 한 접시에하얀 고봉밥을 내오셨습니다. 그릇 위로 꾹꾹 눌러 담아동그랗게 솟아오른 밥줄기엔손주 사랑하는 마음이 찰랑였습니다. 한평생 눈물이 많으셔서자신의 오줌으로 눈을 씻어내며쪽진 머리 곧게 빗어 넘기던 고단한 세월. 외삼촌 따라 서울로 가시던 날할머니 마음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지하수 깊이 파서 길어 올린 그 맑은 수도,숲속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던 그 마당을 두고. 산골 물소리 뒤로하고 떠나온 길이할머니에겐 못내 한이 되었나 봅니다.만약 그 숲속 마당에 그대로 계셨다면지금도 고봉밥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셨을까.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던그 찬란한 계곡물처럼그리움이 자꾸만 마당 끝을 적십니다. 2026. 1. 31. [에세이3] 좋은 삶이란 가족이란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문장이 이토록 시리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이번 세 자매의 여행은 그저 풍경을 보는 유람이 아니었다.그것은 각자의 기억 속에 파묻어 두었던 '제각기 다른 불행'의 파편들을 꺼내어 서로의 가슴에 맞추어 보는,아프고도 따뜻한 복원 작업이었다.좋은 삶이란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1. 낱알 속에 새겨진 어머니의 삶의 전쟁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엄마의 어린 시절을 처음 들었다.1940년생, 전쟁의 포화 속에서 괴산으로 피난을 가야 했던 소녀.학교에 가는 대신 동생을 업고 살림을 해야 했던 원망스러운 기억. 아들만 바라보던 외할머니에 대한 해묵은 미움은 엄마의 마음속에 깊은 흉터로 남아있었다.일찍 혼자가 되어 4.. 2026. 1. 30. [에세이2] 길 위에 멈춰선 시간, 폐기차역을 찾아서 길 위에 멈춰선 시간, 폐역을 찾아서 그 너머의 안부를 묻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모양의 지도가 하나씩 들어있는지도 모른다.세월의 먼지가 내려앉아 흐릿해졌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부르는 그곳.나 또한 모처럼 어릴 적 기억의 조각을 찾아 외갓집 마을로 향했다. 구글맵으로 옛 지명을 검색하니 신기하게도 길이 나타난다.디지털의 세상 속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아날로그의 흔적을 따라,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곳 ‘판대역’으로 들어섰다.(판대역은 양평과 원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원주판대리에서 양평삼산리로 지명이 바뀐 곳이다) 지자체마다 폐역을 화려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지만, 이곳은 그저 방치된 채 버려져 있었다.쓰레기가 쌓이고 적막만이 감도는 그곳에서 우리를 반긴 것은 다리를 다친 고.. 2026. 1. 28.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