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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윤동주의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 2026. 2. 5.
[에세이5] 아름드리나무: 기억을 걷다 1. 곁에 있을 땐 몰랐던 ‘아름드리나무’의 그늘사람들은 나무 아래에서 고달픈 다리를 쉬고 뜨거운 햇볕을 피하면서도, 정작 그곳에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곤 합니다. 우리에게 아버지는, 그리고 어머니는 그런 나무였습니다. 7살 어린 나이에 바람으로 떠나보낸 아버지는, 키가 하늘에 닿을 듯 컸던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우리 마음속에 한 그루씩 심겨진 그리움의 형상입니다. “잘했다” 응원해 주는 듯한 바람 소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그 나무의 오랜 친구였던 바람의 안부를 듣습니다2. 가난의 풍파를 견디며 뿌리 내린 삶어머니라는 나무는 참으로 모진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1940년생, 전쟁의 포화를 피해 괴산으로 피난 가야 했던 소녀는 학교 대신 애기를 업고 살림을 해야 했습니다. 남들이 여덟 번이나 훑고.. 2026. 2. 2.
[창작시4]외할머니와 고봉밥 외할머니와 고봉밥어린 날 외갓집 마당에 들어서면할머니는 노각무침 한 접시에하얀 고봉밥을 내오셨습니다. 그릇 위로 꾹꾹 눌러 담아동그랗게 솟아오른 밥줄기엔손주 사랑하는 마음이 찰랑였습니다. 한평생 눈물이 많으셔서자신의 오줌으로 눈을 씻어내며쪽진 머리 곧게 빗어 넘기던 고단한 세월. 외삼촌 따라 서울로 가시던 날할머니 마음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지하수 깊이 파서 길어 올린 그 맑은 수도,숲속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던 그 마당을 두고. 산골 물소리 뒤로하고 떠나온 길이할머니에겐 못내 한이 되었나 봅니다.만약 그 숲속 마당에 그대로 계셨다면지금도 고봉밥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셨을까.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던그 찬란한 계곡물처럼그리움이 자꾸만 마당 끝을 적십니다. 2026.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