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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강의실74

[에세이]불운을 넘어서는 ‘끝과 시작’ [에세이] 불운을 넘어서는 ‘끝과 시작’: 20년 전의 나에게 답하다. 폴란드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는 그의 시집 『끝과 시작』에서 모든 시작은 결국 무언가의 끝 다음에 오는 것이라 노래했다.오늘 나는 21세기의 한복판에서, 20세기의 마지막 문턱에 적어 내려갔던 20년 전의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1. 40세의 다짐, 50세의 증명일기장 속의 나는 서른 무렵의 서툰 글씨로 이렇게 적어두었다."남편 덕에 먹고사는 사람이 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자." 어느덧 50을 넘긴 2026년의 오늘, 나에게 묻다."나는 충분히 내 힘으로 살고 있는가?"현장에서는 사회복지 슈퍼바이저로서, 강단에서는 교수로서 치열하게 관계를 맺고 사회를 바라보는 통로를 만들어왔으니,그 시절의 나에게 부.. 2026. 3. 5.
[건강루틴]음양탕으로시작하는 아침루틴3단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은 인간의 간사함을 꼬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리적 욕구가 인간의 이성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격언이기도 하다. 급할 때는 간이라도 빼어줄 듯 굴다가도, 고비를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망각의 늪에 빠지는 우리네 삶은 때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비정함마저 닮아 있다.1. 음양탕과 유산균: 지혜로운 루틴의 선택매일 아침 미지근한 물인 '음양탕'과 천일염으로 몸의 독소를 씻어내고, 15억 마리의 생생한 유산균인 '지아이프로발란스'로 장 건강을 관리하며 주체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다.선택 이론의 적용: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는 단순히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루틴'이라는 강력한 바퀴를 돌려 내 몸의 전체 행동을 조절하려는 윌리엄 글래서.. 2026. 3. 4.
[에세이] 보름나물레시피, 엄마의 시간을 삶아 대접하는 예의 1. ‘귀찮음’이라는 파도를 넘어 찾은 엄마의 정성해마다 친정엄마는 말린 나물을 보내오셨다. 직장 생활에 치이는 자매들에게 불리고 삶는 과정은 그저 고된 노동이었고, 때로는 그 귀한 나물을 남에게 주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엄마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후, 내 마음에는 '미네르바' 같은 지혜가 찾아왔다.누군가는 시골에 계신 엄마를, 살아계신 엄마를 부러워하는데 나는 왜 이 정성을 밀어내려 했을까?나물을 말리기 위해 쏟으셨을 엄마의 시간과 뙤약볕의 무게를 생각하니, 이것을 소홀히 하는 것은 엄마라는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2. 아주까리 잎을 기억하는 ‘지성의 유산’취나물, 고구마 줄기, 호박고지, 무말랭이, 고춧잎... 그리고 다소 질기지만 구수한 아주까리.도시의 삶 속에서도 아주까.. 2026. 3. 2.
[영화31]왕과사는남자'엄흥도'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예의’ 한국 영화 를 보며 단종의 비극적인 죽음과 그 시신을 거둔 엄흥도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서슬 퍼런 서슬 아래 아무도 돌보지 않던 어린 왕의 마지막을 지킨 한 사람의 용기는, 내가 평소 사유하던 '휴먼 커넥터'의 본질과 맞닿아 있었다.인류는 거대한 위협 속에서도 결국 누군가는 서로를 돕고 연대한다는 사실, 그 지점이 바로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이유다.1. 시스템을 뛰어넘는 용기: 엄흥도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예의’세조의 서슬 퍼런 명령 아래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곧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하지만 엄흥도는 "대의를 행하다 화를 당하는 것은 달게 받겠다"며 얼어붙은 땅에 어린 왕을 묻어주었다.자기처벌적 선택이 아닌 가치적 선택: 이는 자신을 해치는 선택이 아니라, 인.. 2026. 3. 1.
[에세이]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책과드라마 모두 나에게 선명한 그림자로 남는다. 주인공 혜원이 보다 혜원이 이모..그녀가 자신의 빛나던 청춘과 재능(작가로서의 삶)을 스스로 파괴하고,어두운 선글라스 뒤로 자신을 가둔 채 '실명'이라는 고통을 향해 나아간 과정은 나의 사유와 깊이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성찰] 심명여의 실명: 속죄라는 이름의 ‘가장 가혹한 선택’1. ‘되어진 것’이 아닌 ‘선택한 고통’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주인공 해원의 이모 심명여는 칼 융의 말처럼, 자신에게 닥친 비극에 의해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형부를 죽게 했다는(혹은 그 사건에 휘말렸다는) 지독한 죄책감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하기로 '선택'했다.자기처벌의 기제: 그녀에게 시력의 상실은 단순한 질병이 아.. 2026. 2. 26.
[에세이25]여행의기술에서 건져올린 존러스킨의사유 알랭드보통의 여행의기술에서 건져올린 존러스킨의사유1.아이들의 그네, 어른의 휴식: 무게보다 깊은 ‘마음의 무게’ 텅 빈 공원, 아이들의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싶어 하는 마음은‘어른’이라는 시스템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세상의 물살에 몸을 맡기는 휴식이다.존 러스킨(1819-1900)이 산업화의 기계적 속도에 반대했듯,‘어른 금지’라는 딱지는효율성만을 따지는 세상이 우리에게 덧씌운 또 다른 ‘은유의 폭력’일지 모른다. 몸무게가 아이보다 가벼운 어른이라도, 마음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때로 ‘흔들릴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2. 사진 대신 데생: 소유가 아닌 ‘응시’의 기술 존 러스킨은 왜 사진 대신 데생을 하라고 했을까?(알랭드보통,여행의기술p277-278) 사진은 셔터 한 번으로 대.. 2026. 2. 23.
[에세이24]데일카네기인간관계론 넬리의거울 관계의 번민: 좋은 평판이라는 이름의 ‘북극성’1. 넬리의 거울: 그 사람이 믿는 대로 살게 하는 힘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보면 겐트부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넬리라는 하녀를 고용하면서 그 예전 집에 전화를 걸어 넬리에 대해 묻는다. 그전 주인은 좋지않게 말했던것 같다(그녀가 지저분하고 집안을 잘 치우지 않는다는 등). 그러나 겐트 부인은 그녀를 면접보면서 네 옷차림처럼 나는 네가 깨끗하게 치울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을 한다. 여기서 넬리가 깨끗이 치우기로 선택한 이유는 주인이 그녀를 이미 '깔끔한 사람'으로 규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갖추지 못한 장점이라도 이미 가진 것처럼 행동하고 그렇게 대접받을 때, 사람은 그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자신의 본질을 재조정한다... 2026. 2. 22.
[페미니즘] 생각하는 여자는 늙지 않는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영화 의 질주하는 엔진 소리를 활자로 옮겨놓은 듯한 몰입의 독서다. 1권을 다 읽기도 전에 저녁에 로켓 배송으로 2권을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단숨에 '순삭'해버린 이 몰입감. 저자가 64세에 이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 안에서도 무언가 뜨거운 불꽃이 튀었다."마가렛 미첼이 를 10년 썼다지? 나도 지금부터 10년 쓰면 64세에 멋진 책 한 권 낼 수 있겠는걸!" 1. 화학자가 마주한 위계, 그리고 변하지 않는 시스템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는 분자의 비밀을 탐구하는 화학자이다.하지만 1950년대 미국(혹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여성 과학자는 동료가 아닌 '커피 심부름꾼'이나'연구 보조원'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상위에 있는 자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견고한 .. 2026. 2. 19.
[에세이19]수전손택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AI시대, 생각하는 여자는 늙지 않는다. 1. 갱년기, 수치 너머의 ‘나’를 찾는 시간우리는 때로 보이지 않는 ‘언어의 돌’에 맞아 비틀거린다.'수전 손택'은 그녀의 저서 『은유로서의 질병』을 통해질병에 덧씌워진 부당한 은유들이 어떻게 환자들에게 폭력이 되는지를 통렬히 비판했다.암을 '의지의 실패'로, 에이즈를 '도덕적 타락'으로, 비만을 '게으름'의 상징으로 치부하는사회적 시선은 환자가 마주한 고통의 실체를 투명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가로막는다.최근 나는 타인의 무심한 해석에 노출되어 있었다.병원을 찾아 호르몬 처방을 원했을 때, 의사는 홍조가 있는지, 땀이 나는지만을 묻는다.밤에 자다 깨어도 다시 잠들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하며,이제 '중성'으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식의결론을 내렸다.타인의 고통에 공.. 2026.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