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73 [창작시4]외할머니와 고봉밥 외할머니와 고봉밥어린 날 외갓집 마당에 들어서면할머니는 노각무침 한 접시에하얀 고봉밥을 내오셨습니다. 그릇 위로 꾹꾹 눌러 담아동그랗게 솟아오른 밥줄기엔손주 사랑하는 마음이 찰랑였습니다. 한평생 눈물이 많으셔서자신의 오줌으로 눈을 씻어내며쪽진 머리 곧게 빗어 넘기던 고단한 세월. 외삼촌 따라 서울로 가시던 날할머니 마음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지하수 깊이 파서 길어 올린 그 맑은 수도,숲속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던 그 마당을 두고. 산골 물소리 뒤로하고 떠나온 길이할머니에겐 못내 한이 되었나 봅니다.만약 그 숲속 마당에 그대로 계셨다면지금도 고봉밥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셨을까.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던그 찬란한 계곡물처럼그리움이 자꾸만 마당 끝을 적십니다. 2026. 1. 31. [에세이3] 좋은 삶이란 가족이란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문장이 이토록 시리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이번 세 자매의 여행은 그저 풍경을 보는 유람이 아니었다.그것은 각자의 기억 속에 파묻어 두었던 '제각기 다른 불행'의 파편들을 꺼내어 서로의 가슴에 맞추어 보는,아프고도 따뜻한 복원 작업이었다.좋은 삶이란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1. 낱알 속에 새겨진 어머니의 삶의 전쟁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엄마의 어린 시절을 처음 들었다.1940년생, 전쟁의 포화 속에서 괴산으로 피난을 가야 했던 소녀.학교에 가는 대신 동생을 업고 살림을 해야 했던 원망스러운 기억. 아들만 바라보던 외할머니에 대한 해묵은 미움은 엄마의 마음속에 깊은 흉터로 남아있었다.일찍 혼자가 되어 4.. 2026. 1. 30. [에세이2] 길 위에 멈춰선 시간, 폐기차역을 찾아서 길 위에 멈춰선 시간, 폐역을 찾아서 그 너머의 안부를 묻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모양의 지도가 하나씩 들어있는지도 모른다.세월의 먼지가 내려앉아 흐릿해졌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부르는 그곳.나 또한 모처럼 어릴 적 기억의 조각을 찾아 외갓집 마을로 향했다. 구글맵으로 옛 지명을 검색하니 신기하게도 길이 나타난다.디지털의 세상 속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아날로그의 흔적을 따라,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곳 ‘판대역’으로 들어섰다.(판대역은 양평과 원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원주판대리에서 양평삼산리로 지명이 바뀐 곳이다) 지자체마다 폐역을 화려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지만, 이곳은 그저 방치된 채 버려져 있었다.쓰레기가 쌓이고 적막만이 감도는 그곳에서 우리를 반긴 것은 다리를 다친 고.. 2026. 1. 28. [에세이1]서울 마포에 사는 파도의 하루1 서울 마포에 사는 파도의 하루 1. 집 어느 날 파도가 집을 나선다. 평범한 시골 가정에서 태어난 파도는 대학을 나오고 직업도 있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 걱정거리이다.국문학과를 가면 글을 쓸 수 있을까 해서 공부했으나 말 그대로 공부이지 창작은 하지 못했다. 29세까지 결혼을 하지 못한다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나려는 계획을 했었지만 지금 50플러스가 되었다. 나름 노후 자신만의 북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 이곳 저곳 북 카페를 기웃거리며 그곳에서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껴보지만 이곳저곳 북카페들은 쓸쓸한 기분을 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 각자의 책을 보며 쉬고 있을 뿐이다. 2. 성미산마루극장 파도는 ‘독서 한마당’행사를 하는 성미산 마루극장에 갔다파도는 조금 늦게 도착하여 앉아 있을 곳이 없어 두.. 2026. 1. 28. [필사] 취향이 고급진 사람이 되는 법 취향이 고급진 사람이 되는 법비트겐 슈타인의 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것을 선호해서 손에 넣고자주 먹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것을 집중해서 응시하고 또 무엇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결국 그 자신을 표현한다 오늘의 필사 취향이 고급진 사람이 있다과소비를 하거나 비싼 취미를 가졌다는 게 아니다시각과 태도가 고급진 사람들은부정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않는다가장 나쁜 언어 습관은가능성을 삭제한 말을 하는 것이다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보면수준 높은 것들이 보인다늘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라내 삶을 아름답게 해 줄 것들에게더 자주 마음을 허락하며 살자 2025.12.13 언어수준이 높아지면 자제력이 생긴다모르면 분노하게.. 2025. 12. 13. 양귀자의 모순(1998년 소설)을 읽고 밑줄 그은 문장들 양귀자의 모순(1998년 소설)을 읽고 밑줄 그은 문장들삶이란 무엇인가?행복과 불행은 어디에서 결정되는가?내 삶에도 크고 작은 모순들이 가득한데, 나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있을까?나에게 행복과 불행이란, 혹은 성공과 실패란 어떤 의미인가? p15내가 요즘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손으로 만질 수 있는 느낌) 이 없다는 것이다.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주인공 '안진진'의 결혼의 선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솔직해 질 수 있느냐? 였다사랑하는 상대는 너무 소중하고 잃을까 무서워 솔직한 나를 드러내기 어려우며겉으로 난폭하고 위험한 인물처럼 보이는 이의 내면은 사실 여리고 나약하기도 한다.(소설 속 진진의 아버지-.. 2025. 11. 29. [성인지통계]AI여성 예산은 왜 ‘돌봄’에만 집중되어 있는가? https://gsis.kwdi.re.kr/gsis/kr/main.html 성인지통계 시스템KOR ENGgsis.kwdi.re.kr AI여성 예산은 왜 ‘돌봄’에만 집중되어 있는가? 그리고 기술 연계 정책은 왜 필요한가?여성 관련 예산은 전통적으로 돌봄, 모성, 가족친화, 경력단절 예방과 같은 영역에 집중되어 왔다. 이 영역은 매우 중요하지만, 정책 방향이 지나치게 돌봄에만 치우칠 경우 몇 가지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 1. ‘돌봄 중심 여성예산’이 가진 구조적 한계 ① 여성 = 돌봄 담당자라는 역할 고착을 강화할 위험돌봄 중점 예산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주 역할은 가정·돌봄”이라는 기존 성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② 미래 노동시장의 중심은 기술인데, 여성은 진입 장벽이 높음AI·데이터·로봇·스마트 헬.. 2025. 11. 28. [성평등]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2023년 노벨경제학상은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클라우디아 골딘교수는 노동시장의 젠더 불평등을 수십 년간에 걸쳐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율 변화에 대한 원인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는 단순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넘어, 왜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지를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분석합니다. 그의 연구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골딘은 산업화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역 'U자형' 곡선을 그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산업화 초기에는 농업 노동을 하던 여성이 공장 노동자로 유입되며 참여율이 상승했지만,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하.. 2025. 11. 28. “국가는 인간의 삶의 절반을 지배하고, 다음이 부모다.” 국가와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민주주의는 선택의 힘으로 자란다컴퓨터 메모장에 적힌 한 문장.“국가는 인간의 삶의 절반을 지배하고, 다음이 부모다.” 2014년 유시민의 북토크에 다녀온 후 기록한 것이다. 참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인 문장이다.우리는 태어나면서 이미 어떤 국가의 제도와 문화, 어떤 부모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속에 놓이게 된다.그 두 가지는 인간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평생 넘기 어려운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유시민 작가의 북토크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국가와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열려 있는 선택이다.” “민주주의는 선택이다. 역사는 영웅이 아니라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움직인다.”하지만 이 말은 질문을 다시 불러온다.‘그 선택의 기회를.. 2025. 11. 21.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