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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더 이상 여성의 몫이 아니다 5060세대의 돌봄과 젠더 역할 변화 — ‘누가 누구를 돌보는가’의 새로운 시대1. “돌봄”은 더 이상 여성의 몫이 아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돌봄’이라는 단어는 거의 자동적으로 ‘여성’을 떠올리게 했다.자녀 양육, 노부모 부양, 가족 간의 정서적 보살핌은당연히 아내나 어머니, 며느리의 역할로 여겨졌다.하지만 지금, 5060세대는 그 오래된 대본이 흔들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남성들도 부모의 요양을 책임지고,여성들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며“돌봄”과 “생산”의 경계가 뒤섞이는 세대 교차의 현장에 서 있다.이 변화는 단순히 역할 분담의 문제를 넘어,젠더 수행성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회적 전환이다. 2. 버틀러의 시선으로 본 ‘돌봄의 재해석’주디스 버틀러는 “젠더는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 2025. 11. 8.
궤도-"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 궤도에서 본 인간 ― 사만다 하비의 『오빗(Orbit)』이 우리에게 묻는 것『Orbit』(2023)은 2024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단 하루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여섯 명의 우주비행사(미국·러시아·영국·이탈리아·일본 출신)는 하루 동안 지구를 16번 공전하며 해돋이와 해넘이를 반복해서 본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심은 사건이 아니라, 고요한 사유의 움직임이다.하비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인간, 시간, 존재, 관계, 고독을 새롭게 탐구한다.1.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들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가며, 발밑의 현실만을 본다.일과 관계, 자녀, 노후, 건강 걱정으로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그러나 가끔은 조금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거리가 필요하다.사만다 하비.. 2025. 11. 8.
노년기의 사랑은 여전히 중요한가 🌹 노년기의 사랑은 여전히 중요한가― 마사 누스바움의 『지혜롭게 나이 들기』를 중심으로“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마사 누스바움1. 사랑, 인간의 마지막 역량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은 『지혜롭게 나이 들기(Growing Wisely)』에서노년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무엇을 여전히 할 수 있고, 어떤 존재로 남을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그녀의 ‘역량(capability) 이론’에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인간이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핵심적 인간 능력이다.늙음이란 감정의 퇴색이 아니라, 감정의 확장이다.누스바움은 이렇게 말한다.“사랑이 끝나면 인간성의 일부가 사라진다.나이가 들어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 2025. 11. 7.
북촌 감성체험_어둠속에서의 대화 어둠속에서의 대화 : 어둠 속에서 빛을 배우다 — 1. 어둠으로 들어가는 용기 북촌의 골목 끝, 작은 전시관 입구 앞에서 나는 한동안 걸음을 멈췄다.‘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이름만으로도 묘한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세상을 보지 못한 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라니.전시장 입구에서 휴대폰과 시계, 반짝이는 귀걸이 하나까지 모두 맡기고 들어가는 순간,나는 세상의 모든 빛을 내려놓았다.빛이 사라지는 동시에, 세상은 갑자기 무게를 달리했다.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자기 안의 진짜 감각을 다시 만나는 시작이었다. 2. 어둠 속의 목소리 — 로드마스터와의 동행전시장 안은 완전한 암흑이었다.손을 뻗어도 내 손조차 보이지 않는 그 공간에서,유일하게 들리는 것은 로드마스.. 2025. 11. 7.
『채소·과일 식이요법』배부름보다 가벼움을 선택하라. 🥦 채소와 과일의 철학 ― 나이 들수록 단순하게, 그러나 풍요롭게“몸의 절반은 음식으로 만들어지고, 마음의 절반은 그 음식을 대하는 태도로 만들어진다.”— 조승우, 『채소·과일 식이요법』1. 나이 들수록 ‘적게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젊을 때는 먹는 것이 곧 힘이었다.많이 먹을수록 활력이 생기고, 식탁이 풍요로울수록 행복하다고 믿었다.그러나 나이가 들면 몸이 그 풍요로움을 감당하지 못한다.한방약사 조승우 저자는 『채소·과일 식이요법』에서 이렇게 말한다.“나이가 들수록 건강의 핵심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배부름보다 가벼움을 선택하라.” 그는 이를 ‘7:3 법칙’이라 부른다.하루 식사 중 7은 식이의 질(무엇을 먹는가)에,3은 식사의 태도(어떻게 먹는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즉, 건강은 음식의 종류보다.. 2025. 11. 7.
AI 스피커형 돌봄 로봇 💛 감정을 계산하는 기계― 윤리와 공감의 경계에서“기계는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이 질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어디까지 모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한 오늘, 우리는 감정과 윤리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1. 도덕을 계산하는 알고리즘 2010년대,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함께 세상은 다시 철학적 딜레마 앞에 섰다.AI가 충돌 상황에서 한 명을 구하고 다른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한다면,그 판단은 누가 내리는가? 인간인가, 알고리즘인가?이 질문은 고전적인 **‘트롤리 딜레마’**를 현실로 불러왔다.AI는 명령에 따라 선택하지만, 그 명령을 설계한 것은 인간이다.튜링 이후의 세상에서 ‘지능’이란 판단의 속도와 정확성을 의미하지만,‘도덕’은 여전히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2025.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