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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비투스72

그녀를 지키다-여성의 주체성과 시대의 한계 1. 역사의 그림자 속 ‘소수자의 시선’Jean-Baptiste Andrea의 『그녀를 지키다』는 예술가 Mimo와 귀족 Viola의 이야기를 통해“억압받는 존재의 존엄”을 노래한다.Mimo는 작은 몸집과 불우한 출신 탓에 늘 세상 가장자리에서 살아왔고,Viola는 전통과 가문의 굴레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자유를 박탈당한다.이 둘이 만나는 순간,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소수자의 연대로 확장된다.Mimo의 조각 ‘피에타(Pietà)’는 단지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다.그것은 세상이 외면한 존재들 – 여성, 빈민, 이방인 – 을 위해 만들어진 기억의 기념비다.예술은 여기서 위로이자 저항의 형태가 된다. 2. Viola의 자유, 여성의 구원 Viola가 원한 것은 평탄하고 무난한 삶이 아니다.그녀가.. 2025. 11. 9.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으로 본 5060의 삶 “나는 어떤 젠더의 대본을 살아왔는가” —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으로 본 5060의 삶1.젠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5060 세대에게 ‘성별’이란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우리는 오랫동안 남자는 가족의 기둥, 여자는 헌신의 상징으로 배워왔다.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믿으며 살아왔지만,주디스 버틀러의 말처럼, 젠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우리의 ‘당연함’도 사실은 사회가 써 준 대본을 연기한 것이 아니었을까?“우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 여자의 행동을 하고,남자가 되기 위해 남자의 행동을 반복한다.그 반복이 우리를 ‘그런 사람’으로 만든다.”—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버틀러의 이 문장은,우리가 살아온 세월 속에서 무심코 반복했던 ‘습관’과 ‘기대’.. 2025. 11. 8.
궤도-"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 궤도에서 본 인간 ― 사만다 하비의 『오빗(Orbit)』이 우리에게 묻는 것『Orbit』(2023)은 2024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단 하루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여섯 명의 우주비행사(미국·러시아·영국·이탈리아·일본 출신)는 하루 동안 지구를 16번 공전하며 해돋이와 해넘이를 반복해서 본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심은 사건이 아니라, 고요한 사유의 움직임이다.하비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인간, 시간, 존재, 관계, 고독을 새롭게 탐구한다.1.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들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가며, 발밑의 현실만을 본다.일과 관계, 자녀, 노후, 건강 걱정으로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그러나 가끔은 조금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거리가 필요하다.사만다 하비.. 2025. 11. 8.
노년기의 사랑은 여전히 중요한가 🌹 노년기의 사랑은 여전히 중요한가― 마사 누스바움의 『지혜롭게 나이 들기』를 중심으로“나이가 들어도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마사 누스바움1. 사랑, 인간의 마지막 역량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은 『지혜롭게 나이 들기(Growing Wisely)』에서노년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무엇을 여전히 할 수 있고, 어떤 존재로 남을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그녀의 ‘역량(capability) 이론’에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인간이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핵심적 인간 능력이다.늙음이란 감정의 퇴색이 아니라, 감정의 확장이다.누스바움은 이렇게 말한다.“사랑이 끝나면 인간성의 일부가 사라진다.나이가 들어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 2025. 11. 7.
[북촌 감성체험]_어둠속에서의 대화 어둠속에서의 대화 : 어둠 속에서 빛을 배우다 — 1. 어둠으로 들어가는 용기 북촌의 골목 끝, 작은 전시관 입구 앞에서 나는 한동안 걸음을 멈췄다.‘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이름만으로도 묘한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세상을 보지 못한 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라니.전시장 입구에서 휴대폰과 시계, 반짝이는 귀걸이 하나까지 모두 맡기고 들어가는 순간,나는 세상의 모든 빛을 내려놓았다.빛이 사라지는 동시에, 세상은 갑자기 무게를 달리했다.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자기 안의 진짜 감각을 다시 만나는 시작이었다. 2. 어둠 속의 목소리 — 로드마스터와의 동행전시장 안은 완전한 암흑이었다.손을 뻗어도 내 손조차 보이지 않는 그 공간에서,유일하게 들리는 것은 로드마스.. 2025. 11. 7.
이옥선의 산문집 '즐거운 어른' 🕰 불편함을 견디는 힘의 약화이옥선의 산문집 '즐거운 어른' 보통 할머니가 되면 자기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안 먹을 수 있는 자제력이 생겨서 건강식만 먹을 줄로 아는데 어느 나이대건 사람은 똑같은 지라 한밤중에 출출해 지면 안 먹어도 좋을 스낵을 먹거나 쓸데없는 군것질을 하고는 아침에 눈이 부어서 반쯤만 떠지고 후회를 한다.몸에 안좋다는 콜라대신 사이다를 사다 놓고 속이 더부룩하면 벌컥 벌컥 마신다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 몸의 변화와 노년의 유머 그녀는 덧붙인다.“백내장 수술도 하고 임플란트도 몇 개 해야 ‘할머니’라 부를 수 있다.”즉, ‘진짜 할머니’가 되기까지는 여러 번의 수리와 통증이 필요하다는 것이죠.그 사이사이 흘러나오는 콧물, 식사 후에 남는 이물감, ‘츠으으으으’ 하고 나오.. 2025. 11. 5.
마사누스바움_지혜롭게나이든다는것 리어왕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1. 나이듦은 ‘통제권을 상실할 준비’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Preparing to Lose Control: What We Will Learn from King Lear』에서 이렇게 쓴다.“삶의 진정한 성숙은, 우리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늙어가며 권력을 나누지만,정작 자신은 여전히 ‘통제의 욕망’을 놓지 못한다.그 결과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비로소 사랑의 진실과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다.누스바움은 말한다.“노년의 지혜란, 상실과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는 감정적 능력이다.”이 문장은 이어령의 — “비워야 자유로워진다” — 와 깊이 이어진다. 젊음이 ‘통제하려는 시간’이었다면,노년은 ‘통제를 내려놓는 시간’이.. 2025. 11. 5.
삶의 미학 ― 나이듦 속의 자유 🌾” 삶의 미학 ― 나이듦 속의 자유 “비워야 채워지고, 놓아야 자유롭다.1. 나이듦은 ‘자유의 예술’을 배우는 시간 젊음이 ‘채움의 예술’이라면,나이듦은 ‘비움의 예술’이다.젊은 시절의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쌓으려 한다.지위, 재산, 관계, 경험, 그리고 자존심까지 —무언가를 얻어야 존재의 의미를 느꼈다.그러나 나이듦은 역설적으로,그 모든 것을 놓을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다.이어령 선생은 말했다.“나이 든다는 것은 버릴 줄 아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그 버림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된 여백의 품격이다.필요 없는 욕심을 덜어낼 때, 삶의 본질이 맑게 드러난다.2. 단순함의 아름다움, 여백의 품격나이가 들수록 삶의 무게는 줄여야 한다.욕망이 많을수록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쉽게 흔.. 2025. 11. 5.
강화도,국자와주걱에서북스테이를논하다 🌿 죽음의 미학 ― 아름답게 떠나는 법이어령 선생은 “외로움은 치유해야 할 병이 아니라, 자신을 완성해 가는 길”이라고 했다.『마지막수업』 90쪽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섭섭했지 강의실 인기는 대단했어. 단연코 월등했지. 난 배 곪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아 했으니까 . 그러나 그것과는 달랐어. 내 강의에 영감받고 내 글을 사랑해줬지만, 스승의 날 나에게 꽃을 들고 찾아오고 싶다는 친밀감을 못 주었던 모양이야 .그건 뭐랄까.....". "그래서 외로웠네.""그래서 외로웠네." 이 외로움 속에서도 수십 년씩 변함없이 관계를 맺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도 다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일 거야.” 이 문장은 나이듦의 정수를 보여준다.외로움은 단절이 아니라 깨어남이다.모든 관계와 소리가 잦아들고 난.. 2025. 11. 5.